인류의 역사는 '이주의 역사'와 함께 진행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특히 21세기는 전례 없는 규모와 속도로 이민이 발생하고 있어 '이민의 시대'라고 불리웁니다. 이주는 타 문화 간의 교류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문화와 인종간의 충돌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이미 서구사회에서는 이민으로 인한 정체성과 소외문제가 심각한 사회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한국 사회 역시 이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문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다문화주의는 다중적인 의미에서 양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담론과 현실의 간극이 증폭되어 가고 있다. 열광과 권태로움이 동시적으로 경험되고 있다. 담론의 과잉에도 불구하고 다문화 사회의 조건과 경로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은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다문화주의에 대한 환호가 채 가시기도 전에 때 이른 비판이 제기되고 고단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들이 들려오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현대사회에서 다인종/다문화 현상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대한민국이라는 전통적으로 '단일 민족국가'로 규정되는 사회에서 조차 다인종/다문화 현상은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부천의 국경 없는 마을에서 혜화동의 필리핀 장터로, 농촌의 외국인 신부까지 자본 주도의 세계화가 생산하는 현실은 현대사회의 다인종성 혹은 혼종성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대사회의 구성 원리, 특히 어떻게 극히 이질적이고 산재해 있는 개인들이 동질성을 느끼고 전체 속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지, 또는 그렇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문제는 사회학이 태동한 계기이자 핵심주제였다. 따라서 그간에 얻어진 사회학의 주요 성과들에는 근대사회의 통합 기제에 대한 설명이 들어있다.
미국의 영화감독 마틴 스코세지(Martin Scorsese)는 남북전쟁 시기 뉴욕 빈민지역을 배경으로 한 영화 <갱스 오브 뉴욕(Gangs of New York)>에서 토박이, 아일랜드계, 중국계,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각각 폭력 집단을 형성해 서로 갈취하고 싸우며 생존을 도모하는 모습을 그려냈다. 각 집단은 고유의 개성을 갖고 있으며 권력의 차이도 명확하다.